알만툴 게임중에서도 턴제 RPG 마니아라면 이런 불만을 호소해본 적이 여러번 있을 것이다.
이 스킬은 도대체 왜 있는 거야?
왜 보스몹이 필드몹보다 약하지?
마지막 보스전에서 기도 메타를 하라고?
바로 밸런싱에 대한 불만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을 포기하고 좌절하게 만든다.
이렇게 여러번 좌절하고 나면 스스로를 좌절시키는 근간을 뽑아내고 싶어질 때가 온다. 제작자한테 피드백을 보내고 싶어질 때가 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연히 '이 스킬이 너무 약한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기엔 설득력이 없다. 보다 논리적이고 스마트한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직접 계산기를 들고 내가 해왔던 게임들의 밸붕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1. 버려지는 스킬
버려지는 스킬은 해당 스킬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지약캐로 만들 수 있으므로 밸런스를 위협한다.
스킬이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냥 내 전투 스타일에 안 맞거나, 상위호환 스킬이 있거나, 혹은 안 쓰니만 못한 스킬이라서, 등이 있다. 여기서 첫번째 이유로 스킬을 안 쓰는 경우는 밸붕 때문이 아니니 무시해도 좋다. 두 번째 이유는 시간이 지나고 상급 스킬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버려지는 경우라면 눈 감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세번째는 주목할만하다. 상위 호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안 쓰니만 못한 스킬은 누가 봐도 존재 이유가 의심스럽다. 이런 스킬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우선, 예시 속 데미지 공식은 다음과 같다.
데미지 = 공격력 * 10 + 5
현재 공격력 = 10
이런 공식을 갖고 있는 게임에 다음과 같은 버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버프 1: 3턴 동안 공격력 30% 증가 (단일)
계수는 기묘해도 얼핏 평범해 보이는 스킬이다. 이 스킬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의 데미지를 계산해 보자.
버프 사용 | 버프 미사용 | |
1턴 | 0 | 105 |
2턴 | 135 | 210 |
3턴 | 270 | 315 |
4턴 | 405 | 420 |
더 간단히 계산하자면,
버프 사용시 데미지 = (13x + 5) * 3 = 39x + 15
버프 미사용시 데미지 = (10x + 5) * 4 = 40x + 20
차이 = x + 5
버프를 써서 데미지 15 (= 본래 공격력 + 5)를 손해봤다. 특히 초반 손실 폭은 더 크다. 이런 스킬은 매우 이상하므로 지속 시간이나 증가폭을 늘려야 한다. 증가폭을 40%로 늘려보자.
버프 2: 3턴 동안 공격력 40% 증가 (단일)
버프 사용 | 버프 미사용 | |
1턴 | 0 | 105 |
2턴 | 145 | 210 |
3턴 | 290 | 315 |
4턴 | 435 | 420 |
버프 사용 = (14x + 5) * 3 = 42x + 15
버프 미사용 = (10x + 5) * 4 = 40x + 20
차이 = 2x - 5
4턴 동안 데미지를 15 (= 본래 공격력 * 2 - 5) 만큼 더 먹여줄 수 있게 되었다. 미미한 차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적의 체력이 315라면 이 버프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3턴만에 잡을 수 있는 걸 굳이 버프를 써서 4턴까지 전투를 질질 끌고 싶어할 플레이어는 없기 때문이다. 적의 체력이 420이여도 마찬가지다. 버프를 안써도 똑같이 4턴 내에 잡을 수 있다면 마나를 소모해서 버프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 스킬을 꼭 사용하게 만들고 싶다면 적의 체력을 420 보다는 높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단순 계산만 해도 스킬의 운명을 알아낼 수 있으니 스킬을 만들 땐 꼭 값을 계산해보자.
2. 무시되는 디버프
플레이어가 디버프에 반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무시하고 디버프에 걸린 채로 싸운다.
2. 스킬/소모 아이템으로 디버프를 풀면서 싸운다.
3. 디버프 방지 장비를 낀다.
보통은 2, 3번이 제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대처법이다. 물론 밸런스는 잘 맞지만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1번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만약 테스트 플레이어가 3명인데 그 3명이 전부 1번으로 대응한다면 그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디버프는 플레이어가 평소와는 다른 전략을 쓰도록 행동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깔끔히 무시되어선 의미가 없다.
있으나마나한 디버프는 해당 디버프를 쓰는 몬스터를 약하게 만들어 전투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다고 디버프가 너무 강하면 1번으로 버티는 플레이어는 사라지겠지만 게임을 꺼버리는 플레이어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예시로 도트 데미지를 주는 중독 디버프를 생각해보자. 도트 데미지는 그 자체의 데미지도 중요하지만 지속시간도 신경써야 한다. 만약 3턴만에 끝나는 전투에서 적의 중독 스킬이 1턴당 전체 체력의 5%의 피해를 주고 적의 공격은 1턴당 20%의 체력을 깎는다고 가정하자.
공격 | 중독 | |
1턴 | 0% | 5% |
2턴 | 20% | 10% |
3턴 | 40% | 15% |
공격으로 최대 체력의 40%가 깎였고 중독으로 15%가 깎여 총 55%의 피해를 받았다. 40%는 15%보다 2배 이상 크기 때문에 디버프를 회복할 시간에 체력 물약을 먹어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만약 중독을 받자마자 해제했다고 가정하자. 해제하느라 공격 기회를 1턴 날리므로 전투 시간은 4턴으로 늘어난다.
공격 | 중독 | |
1턴 | 0% | 5% |
2턴 | 20% | 5% |
3턴 | 40% | 5% |
4턴 | 60% | 5% |
최대 체력의 65%에 달하는 데미지를 입었다. 디버프를 해제하면 오히려 10%의 체력을 더 손해보니 플레이어는 당연히 중독 디버프를 무시하고 플레이하게 된다.
그럼 이 현상을 고쳐보기 위해 통상 공격 데미지를 20%에서 10%로 줄이고 체력을 2배로 늘려 전투를 6턴동안 지속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격 | 중독 | |
1턴 | 0% | 5% |
2턴 | 10% | 10% |
3턴 | 20% | 15% |
4턴 | 30% | 20% |
5턴 | 40% | 25% |
6턴 | 50% | 30% |
공격으로 50%가 깎였고 중독으로 30%가 깎였다. 통상 공격과 중독의 차이가 이전만큼 크지 않다. 1턴에 공격을 1대가 아니라 1.5대 맞은 기분이다. '내가 만약 진작 디버프를 해제했다면 지금쯤 체력이 20%가 아니라 45% 정도는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디버프를 해제할 확률이 커진다. (물론 중간에 디버프 해제 스킬을 쓰면 아군의 공격 턴 1턴을 날려 적한테 통상 공격을 1대 더 맞으므로 결과적으로 남는 체력은 35%다.)
이처럼 디버프는 플레이어에게 적당한 압박감과 다른 공격 스킬에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그 역할을 다한다.
3. 확률 즉사기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기도 메타, 운빨 보스전 등의 소리가 들린다면 적에게 이 스킬이 있나 확인해보자. (확률 즉사가 아니라 크리티컬 데미지가 심하게 강하거나 패턴마다 데미지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도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확률 즉사는 보스전에서 플레이어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요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다 자칫 플레이어의 멘탈을 터뜨려버릴 수도 있는데, 확률 즉사 스킬을 넣을 땐 게임 내에 다음과 같은 요소가 최소 2가지는 충족되나 확인해보자.
1. 즉사를 방지하는 장비
2. 부활 스킬을 가진 아군 캐릭터
3. 부활 효과를 가진 아이템
4. 파티원이 4명 이상
5. 즉사 방지 스킬을 가진 아군 캐릭터
즉사를 방지하는 장비는 굳이 모든 파티원이 낄 필요는 없다. 파티원의 50% 정도만 껴줘도 된다. 해당 장비의 소지수 제한을 걸어도 된다는 뜻이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2번의 캐릭터에게 끼워줄 테지만 2번의 캐릭터가 없을 경우엔 알아서 잘... 메인 딜러에게 껴줄 거다.
부활을 가진 아군 캐릭터는 부활 효과를 가진 아이템과 대체 가능하지만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다. 2번은 죽으면 끝장이지만 3번은 살아있는 사람이면 아무나 쓸 수 있다는 걸 유의해두자. 통상적으로 2번이 있고 3번이 없는게 더 빠듯하다. (물론 이는 부활 스킬에 드는 코스트 vs 플레이어가 획득 가능한 부활 물약의 갯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파티원이 많아야 하는 이유는 운이 나빠서 즉사에 여러번 걸려도 남아있는 인원끼리 대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당연하지만 파티원이 1명밖에 없는데 적이 확률 즉사를 쓰면 안 된다... 게임 오버가 펑펑 터져 플레이어가 리타이어 할 수 있다.
즉사를 방지하는 스킬을 가진 캐릭터는... 즉사 방지 셔틀이 될 확률이 높다. 이 요소는 써놓기는 했지만 별로 추천하진 않는다. 해당 캐릭터의 행동 패턴은 단일화 되고 확률 즉사는 적군의 턴 버리기 스킬이 되므로 전투 난이도가 급강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거라도 있어야 게임이 돌아간다면 넣어야겠지... 즉사가 빗나갈 경우엔 생존은 할 수 있지만 큰 데미지를 준다는 요소가 있다면 괜찮을 지도...
끝.
이로써 알만툴 게임의 턴제 전투에서 밸붕을 느끼게 만드는 일부 요소들을 다뤄봤다. (장비, 능력치, 상점 아이템과 물가, 노가다를 통한 딜찍누 등등 다른 요소도 무수히 많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밸런싱을 계산이 아닌 육감으로 한 듯한 게임이 종종 보인다. 암산이 안 되는 나로서는 밸런싱을 감에 기대는건 심각한 고난이도 작업이라고 본다. 스킬, 전투 디자인을 할 땐 계산기를 십분 활용해보자. 테스트 시간은 줄이면서 정확도는 올려줄 것이다.
알만툴은 대부분 취미용이고 아마추어 판이니까 대충해도 환영하지만 플레이어와 함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한 번 쯤 고려해주길 바란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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